[아르떼 칼럼] 성탄절 의미 되새기는 '아말과 동방박사'

입력 2023-12-22 17:52   수정 2023-12-23 00:42

세월에 몸을 맡기다 보면, 소중한 가치를 잊고 지내는 일이 생긴다. 12월 크리스마스가 주는 ‘겸손의 가치’ 같은 것 말이다. 어린 시절 제과점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카세트테이프에 담긴 캐럴 중에 ‘동방박사 세 사람’이란 곡을 여러 번 들은 기억이 있다.

아기 예수에게 경배하러 가는 세 명의 왕으로 알려진 동방박사들은 이란 북동부 지역의 점성술사들로 추측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왜 베들레헴으로 아기 예수를 만나러 가게 됐을까? 별을 관측하던 점성술사들은 유대의 왕이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 아기를 경배하기 위해 당시 유대의 왕, 헤롯이 있는 예루살렘을 방문하게 된다. 헤롯왕은 이 이야기를 듣고 유대의 왕이 태어난 곳을 알아본 바, 베들레헴이라는 작은 고을이라는 것을 알아내고 동방의 박사들을 보내 아기 예수의 탄생을 확인하고자 한다.

이들이 드리는 세 가지 예물은 상징성을 갖고 있다. 황금은 왕의 권위를, 유향은 제사 지낼 때 향료로 쓰이는 신성함을, 그리고 방부제로 쓰이는 몰약은 세상의 구원자가 될 사람으로서 장차 받을 고난을 의미한다. 별이 가리키는 곳을 찾아간 동방박사들은 아기 예수에게 그 예물들을 바쳤다.

이 동방박사를 소재로 이탈리아 출신 미국 작곡가인 잔 카를로 메노티가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담아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오페라 작품을 탄생시켰다. 작곡가가 이탈리아에 살던 어린 시절, 산타클로스는 미국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느라 바빠 이탈리아에서는 만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메노티의 마음속 산타클로스는 동방박사들이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오페라 ‘아말과 동방박사’로 다시 태어났다. 특이하게도 이 오페라는 미국 NBC 방송국에서 TV로 방송할 오페라 형식으로 제작됐다. 이 작품은 미국 최초로 TV로 생중계한 작품이다. 메노티는 오페라는 모름지기 무대에서 실연돼야 하기 때문에 한 번 방송하고 마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는데, 이 작품은 방영하는 날 500만 미국인이 동시에 관람했다. 오페라 한 편당 최대 관객이었다.

내용은 간단하다. 2023년 전 베들레헴으로 가는 길에 ‘아말’이라는 소년과 어머니가 가난하게 살고 있다. 아말은 다리가 불편하지만 마음씨가 착하고 상상력이 풍부해 항상 즐겁게 피리를 불며 지낸다. 어머니는 그런 아말이 철없어 보이기만 하고 한편으로 마음이 아프다.

그런 가족에게 뜻밖의 손님들이 찾아온다. 세 명의 동방박사, 즉 세 명의 왕들이다. 긴 여행 중 잠시 쉴 곳을 찾아 방문하게 된 것이다. 아말과 어머니는 왕들에게 문안하는 등 정성을 다한다. 그러던 중 아말의 어머니 눈에 왕들이 가지고 온 황금이 들어온다. ‘저 황금을 조금만 가질 수 있다면 아들 다리도 고치고 가난도 면할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한 어머니는 황금에 손을 대다가 발각된다.

마음씨 착한 왕은 그들이 경배하러 가는 아기는 세상을 구원할 분이니 황금은 그냥 가져도 된다고 말한다. 어머니는 뉘우치며 용서를 구한다. 그 순간 아말의 다리가 치료되는 기적이 일어난다. 원래 이 오페라는 어린이 관객을 위해 만든 만큼 크게 꾸미지 않고 단순하게 공연되기를 작곡자가 원했다고 한다. 가난 속에서도 귀한 사람들을 소중하게 대하는 사람의 태도, 높은 신분임에도 가난한 처소를 찾은 왕들의 모습, 잠시 부정한 마음을 가졌지만 바로 잘못을 뉘우치는 용기, 그리고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고 황금을 기꺼이 내어주는 관용이 이 작은 오페라에 아름답게 녹아 있어, 마음속 겸손함을 불러일으킨다. 한 해를 마무리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물이 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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